“나는 부족한 사람…총무원장 자리에는 생각이 없다”

“차기 제34대 총무원장 선거에 본인 법등은 절대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조계종 총무원장 유력 후보로 거명돼온 법등 스님(전 호계원장, 전 종회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었던 법등 스님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에 따라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법등 스님을 후보로 염두에 두었던 전 무량회의 행보에 변화가 불가피함에 따라, 조계종 기득권 세력의 연대모임인 ‘불교광장’ 내부에서의 후보 추천 및 조정 작업에도 변수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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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연화사에서 총무원장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법등 스님.


법등 스님은 8월 9일 오전 12시 서울 연화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법등 스님은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나오고 있다”며 “나는 이미 주변에 함께 한 도반들에게 내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나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이니 원장 자리에는 생각이 없다는 점을 밝혔다. 그럼에도 그 말이 온전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나를 도와줬던 도반스님들에게 부담을 덜어 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불출마 회견의 배경을 밝혔다.

법등 스님은 이어 “(불교광장에서) 추대하는 분위기가 있더라도 전혀 출마의사가 없다. 그런 것과 관계없이 전혀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거듭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힌다”다고 못 박았다.

“제도권 활동 26년…본의 아니게 선배·도반에 아픔 준 것 참회”

“종단 제도권 활동한 지가 26년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밀어주고 해서 오늘날까지 별 탈 없이 살아온 것은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종단의 입법, 사법기관에서 일을 하면서 과연 종단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나면 큰 도움이 못되었다는 생각도 든다”고 종단에 봉사해온 삶을 술회한 법등 스님은 “종단에 사태가 있을 때는 본의 아니게 선배나 도반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도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참회하고 있다. 이것이 나 법등의 한계이고, 그래서 (종단에 대한 봉사는)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종회의장과 호계원장 일을 하며 종단에 봉사를 했고, 앞으로는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고 선후배 은혜에 보답하고자 불교사회복지에 매진하고자 한다”고 밝힌 법등 스님은 “바람직한 총무원장은 수행력과 덕이 풍겨 나오는 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불교광장의 고문을 맡은 이유에 대해서는 “나의 승낙절차 없이 추대를 했기에, 그렇게 놔두었던 것일 뿐 불교광장의 활동에 대해 일체 간여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선거로 인한 폐단이 있어왔음을 부인할 수 없으니까, 차제에 잘못된 관습으로부터 탈피를 해보자는 뜻으로 해보자는 취지가 아닌가 한다”며 “선거 제도 자체가 나쁘지 않지만, 많은 시행착오가 있는 것이고 그로 인한 문제는 익히 다 아는 것”이라며 불교광장의 출범 취지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스님은 불교광장이 종도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 의미가 없다는 뜻도 밝혔다.

“불교광장 추천 아니더라도 총무원장 선거 출마자 나올 것”

‘현재 불교광장이 하고 있는 일이 종단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법등 스님은 “그런 면이 있을 수 있지민, 100% 후퇴라고 보지 않으며, 구태를 줄이자는 뜻으로 하는 것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등 스님은 “불교광장의 추천을 받지 않더라도 종단의 발전을 위해 원력을 세워서 총무원장에 출마하는 분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스님이 소속된 무량회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법등 스님은 “그것은 내가 간여할 것이 아니며, 도반들의 운신의 폭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서 내가 거취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는 뜻을 거듭 표명했다.

‘불교광장을 통해 기득권층의 기득권 유지 움직임이 집단적으로 표출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측면은 없다고 보느냐? 단순히 선거의 폐해를 줄이는 명분으로 불교광장의 집단적 행동이 설명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거기서 누구도 이의를 달기 어려운 훌륭한 분을 추천한다면,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종도들이 이해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계파정치가 굳어지는 것, 이것이 바람직한가? 향후 불교발전 전반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종회는 입법기능과 집행부 견제기능을 가지고 있다. 계파정치로 인해 그런 부분에서 역할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에는, 우려와 아쉬움을 갖고 있다. 앞으로 건강한 종단을 위해서는 입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견제의 기능이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법등 스님은 ‘불교광장에서 총무원장 후보를 추대하는 과정에 종단의 공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등이 참여하는 것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며 ‘그런 일이 있다면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불교광장에는 선거관리위원을 비롯해 호계원 및 법규위 관계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장주스님과 폭로회견에 대해서는 ‘서운함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시기와 명분에서 약하다’고 정리했다.

“자승스님 재임? 그건 이미 봉암사서 불출마로 정리…원장 주변이 문제”

법등 스님은 회견에 이어 가진 오찬 자리에서 자승 총무원장의 재임설과 관련해서 “이미 여러 차례 재임을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느냐”며 “주변에서 자꾸 재임설을 말하는 것이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법등 스님의 한 측근은 “지난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백양사 도박사건이 일어났을 때, 현 총무원장과 교육원장, 호계원장 등 종단의 수뇌부가 봉암사에 모여 적명 수좌 등과 자성과쇄신 관련 회의를 했을 때, 총무원장 재임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며 “이번 법등 스님의 총무원장 선거 불출마는 그 당시의 약속을 지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재임설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 대한 출마포기 발표를 에둘러 촉구하는 의미도 담겨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