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 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불교 최대 종파의 수장을 뽑는 선거인만큼 불교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 때, 총무원장의 자격요건과 역할에 대해 제언하는 두 번째 장이 열렸다. 지난 7월 5일 인터넷언론3사(미디어붓다, 불교닷컴, 불교저널)가 주최한 총무원장 선거 좌담회에 이어 이번에도 재가자들에 의해 마련된 자리이다.

청정성 회복과 정법 구현을 위한 사부대중연대회의(이하 사부대중연대회의)는 7월 30일 오후 3시 만해NGO교육센터 대교육장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의 자격 요건과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사부대중연대회의 토론회는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정의평화불교연대, 민중불교동지모임이 주최했다.

‘자아완성-교단 수호-정토 구현’의 상징

적어도 바라이를 범한 적이 없는 비구여야

“조계종 총무원장에게는 고도의 종교적 열정뿐만 아니라, 중생들의 시대의 고를 직시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식견이 요구된다.”

크게보기발제를 맡은 윤세원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사진)는 승가와 조계종의 정체성의 관점에서 총무원장의 자격 요건을 이같이 정리했다.

윤 교수는 ‘고도의 종교적 열정’을 ▲엄격한 지계 ▲철저한 수행 ▲고차원의 자비 실천이라고 설명하며 “종헌에 의하면 총무원장은 일정한 승랍에 달한 비구일 수밖에 없게 돼있고, 비구는 승가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적어도 음·도·살·망의 바라이를 범한 적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바라이를 범한 적이 있는 자는 스스로 그러한 소임에 대한 욕망을 버리는 것이 그나마 수행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수행자가 취하는 이와 같은 자세는 자아완성의 추구와 교단 수호, 그리고 정토 구현이라는 수행자의 역할로 연결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수행자의 역할을 총체적으로 상징하는 직책이 조계종 총무원장”이라고 강조했다.

‘종책모임’은 ‘정당’의 흉내내기에 불과

선거 세속화는 승가 공동체 정신 무장해제 시켜

윤 교수는 그러나 현재 제도와 총무원장 자격요건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종단정치’, ‘종권 창출’, ‘종단권력’, ‘이권밀약’, ‘계파’, ‘문중’ 등이 총무원장 선출과 관련해 흔히 회자되는 말”이라며 “만약 조계종의 승가 구성원들이 총무원장 선거가 종단 권력 쟁취와 계파간의 이익 배분을 위한 제도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이는 종단의 일과 세속사를 등치시키는 전도된 의식으로 교조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며, 스스로 불교의 승가임을 포기하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선거의 세속화는 승가 공동체의 정신적 무장해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이고,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패거리의 규모를 더욱 확장하게 된다”며 “이런 현상은 문제의 해결방식을 공적이고 합리적인 공의보다는 자신이 소속된 패거리의 승리를 통한 패권으로 해결하려는 속성을 더욱 강화시키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종단 선거는 수행자 집단에 수행자는 없어지고 권력과 이익을 보장해주는 관리라는 명분과 탐욕만 남게 할 것이며, 법과 지계의 권위는 사라지고 소임의 권위만 남게 할 것이고, 청정한 지계자는 사라지고 요령과 술수로 선거에서 자기편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범계 풍조를 만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조계종 선거에서 계파의 온상으로 부각되는 것으로 ‘종책 모임’을 꼽았다. 특히 종책 모임에 대해 “정당의 흉내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종단 내에 파당적 성격의 종책 모임이 생겨나는 것은 승가정신의 실종을 보여주는 다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며 “중생의 고(苦)가 안중에 없는 종단 구성원의 모임, 수행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출가자 집단의 출현은 결코 선거제도를 발전시켜 온 정당의 역할에 비길 수 있는 대상아 아니”라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마지막으로 “총무원장의 자격을 갖췄다는 사실과 총무원장으로 당선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의 사안이 됐다”며 “선거제도가 지닌 한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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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대중연대회의가 주최한 총무원장 토론회의 토론자들. 왼쪽부터 법응 스님, 서동석 대표, 박병기 교수.


청정선거 구현 못 하면 부정선거 집단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

한편 토론에 나선 불교생명윤리협회 대표 법응 스님은 “조계종 종헌기구와 중앙심사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토론회가 마련됐지 않나 생각한다”며 총무원장 자격 요건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법응 스님은 “조계종이 대내외적인 표방처럼 실제 청정승가를 지향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시급히 점검하고 교정해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스님은 “현 상태라면 제34대 집행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현행 선거 제도를 통해 청정선거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불교승가는 결국 부정선거를 탈피하지 못하는 집단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총무원장의 자격요건과 역할과 더불어 포교원장과 교육원장에 대한 자격 요건도 논의돼야 한다”며 “종단이 앞날을 위해서는 재가단체와 교계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응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이 기왕이면 잘생기고 키도 훤칠하고 가끔 외국어도 쓰고 노트북도 쓰는 분이 된다면 사회와 소통하는 구세대비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조계종 정체성 확립하고 사부대중 공동체 재정립해야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조계종이라는 공동체의 정체성과 함께 그 정체성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총무원장의 자격과 역할 문제”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한국불교의 가장 크고 중요한 과제는 독점구조를 타파해 본래의 사부대중공동체를 재정립하는 일”이라며 “출가보살 못지않게 재가보살도 제 역할을 해야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총무원장은 사부대중공동체를 대표하는 자리여야 하고, 따라서 그 선출과 추대의 과정에서 당연히 사부대중공동체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며 선거에 대한 비구니 확대 참여와 재가자에 대한 포괄적 선거권 보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동석 사부대중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선거제도의에 대한 부정만큼은 잘못된 판단이 아닌가 한다”며 “민주주의의 성과를 반영하는 뱡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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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앞서 동출 스님(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은 “오늘 토론회가 열리는 것은 우리 교단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94년 종단개혁이후 서의현의 아바타가 더 많이 생겨서 종단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돈 선거를 하지 않기 위해서 추대를 내세우면서 종권을 나눠먹기하고 있는지도 벌써 십수 년이 되어 간다. 재가불자는 물론 국민과 대중들이 종단문제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