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나라, 인도. 인도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인도의 문화는 불교의 배경 속에서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서양의 철학자 리즈 데이비스는 인도를 일러 ‘부디스트 인디아’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나 정작 인도에는 불교가 800년 이상이나 단절됐다. 불교와 같은 시기에 존재했던 힌두나, 자이나교도 살아남았는데 유독 불교는 맥 없이 사라졌다. 왜 그럴까. 이 문제를 두고 많은 학자들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노력 끝에 나온 인도불교의 쇠망과 관련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즉 외부적인 이유로 바라문교와 이를 이은 힌두교의 융성과 이슬람의 강타가 그것이다.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불교내부의 침체와 타락 등이 이야기 되고 있다.

5월 23일, 불교평론과 경희대비폭력연구소가 주관한 열린논단에서는 ‘왜 인도에서 불교는 사라졌는가’를 주제로 조준호 박사(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가 발제에 나섰다. 비록 2천여 년전의 사건이었지만 당시의 인도불교 쇠망의 과정이 오늘날 한국의 종교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날 논단은 비상한 관심 속에 진행됐고, 어느 때보다도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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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를 하고 있는 조준호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조 박사는 먼저 외부적인 요인으로서 중요한 것이, 왕권과 교권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살폈다. 사제권이 왕권보다 위에 있었다는 점이 다른 나라와 달랐던 인도에서 바라문, 즉 힌두교는 종교권력과 국가권력이 뗄 수 없는 관계였던 데 반해, 불교는 출세간의 가르침으로 왕권과 서로간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출발하는 차이점이 있었다는 점을 거론했다. 힌두나 이슬람처럼 종교와 권력이 유착, 또는 결탁한 종교세력이 불교를 대대적으로 박해했다는 것이다. 조 박사는 실제 숭가왕조 뿌쉬야미뜨라 왕으로 시작하여 후대 사쌍카 왕 그리고 이슬람 종교의 무력의 예를 들었다.

힌두교 입장에서 불교를 경쟁적으로 간주했으며, 그 이유는 불교의 출발 자체가 힌두교의 창조신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조 박사는 제사의식을 불교는 전면적으로 부정했기 때문에 힌두 입장에서는 불교가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거론했다. 실제 7세기 현장이 인도에 갔을 때의 기록에 따르면 보드가야에 보리수를 뿌리째 캐내고 불상을 강가에 내버렸으며, 쿠시나가라에서는 절에서 승려들을 축출하는 등 불교의 근본적 말살을 추진했다. 왕이 힌두교를 믿고 불교를 폐하고자 하는 학식이 높은 바라문에게 불교 비판글을 짓게 하거나 왕권의 비호아래 양 종교의 대론을 대중 앞에서 개최하는 경우도 있었다. 힌두의 융성은 이처럼 불교의 쇠퇴를 의미했으며, 인도불교의 쇠퇴는 이미 C,E. 7세기경부터 시작하여 13세기에 궤멸한 것으로 본다. 조 박사는 이와 비슷한 사례는 중국의 역사에서도,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박사는 이어 힌두 보다 더 무자비한 결정타는 이슬람의 공격이었으며, 900년대부터 이슬람에서는 불교는 물론 힌두, 자이나교까지 무차별 파괴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때 이슬람은 불교의 중심지였던 마가다국까지 진출해서 대표적인 사원을 파괴했다. 많은 승려들이 네팔, 티베트 등으로 피신했으며, 따라서 인도불교의 끝자락이 티베트 불교에서 보인다고 조 박사는 설명했다. 조 박사는 오늘날 미얀마, 티벳, 스리랑카의 불교가 대단히 철저하게 이슬람교를 견제하는 것은 이런 역사적 교훈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동남아 불교국가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종교인 이슬람을 강하게 견제하는 것을 종교탄압이라며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슬람 세력이 발호하면 불교가 뿌리째 뽑혀나갔다는 역사적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며, 같은 이유로 심지어 유럽 프랑스에서도 이슬람의 성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조준호 박사는 “한마디로 불교의 쥐약은 이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슬람이 성행하면 불교는 남아 있는 곳이 없으며, 이슬람이 진출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불교가 말살되었다는 역사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 불교가 이슬람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은 자매종교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싸우고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특히 불교는 상대적으로 공격적 종교에 대해 취약한 면을 역사에서 보여줬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 박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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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인도 역사에서 불교만 피해를 본 것은 아니다. 즉 인도불교의 쇠망이 단순히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힌두, 자이나도 이슬람의 공격을 받았는데 이들은 부활을 했다. 그러나 불교는 부활을 하지 못하고 꺾이고 말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조 박사는 내재적인 요인으로 불교는 성격상 조직충성도를 내세우지 않는 종교이고, 믿음보다 지식 중심, 일반인의 의례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특징 등이 원인이 아닌가 우선 생각된다고 밝혔다. 자이나교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로 손꼽힌 것은 일반인들에게 자이나교의 의례가 잘 적용되었다는 점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또한 불교의 무아(無我) 교리가 대중적 욕망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래서 부파의 경량부 등에서 유아적인 면을 내세우려는 노력을 했으며, 대승에서도 유식불교, 여래장 등에서 유아적 부분을 다루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과정에서 불교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한 점, 즉 불교가 힌두화 되었다는 점 등이 불교 쇠멸의 이유로 많이 거론되고 있다고 조 박사는 설명했다. 불교가 밀교적 옷을 입는, 즉 대중적 영합을 한 것 등이 결국 불교의 소멸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준호 박사는 결론적으로 힌두의 불교박탈 전략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불교쇠망의 내부적 요인으로 들었다. 즉 불교 성격상 조직충성도를 크게 요구하지 않아 다른 종교에 비해 조직충성도가 미약했다는 점. 일반인의 생활의례 정착에 소홀했다는 점, 세속적 욕망에 반하는 냉혹한 무아교리가 대중들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했다는 점, 불교의 힌두교 접근으로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점, 거대한 승원중심으로 불교가 민중들과 유리되었고, 언어적으로도 비대중적인 산스크리트화의 진행에 따른 대중과의 유리 등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조 박사는 불교의 미약한 조직충성도는 오늘날 한국의 종교지형에서도 기독교와의 경쟁에서밀리는 것으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불교의 매우 지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교리가 일반 민중의 종교적 중심으로 자리 잡기가 어렵다는 점, 불교가 출발할 당시의 불교존재의 당위성이었던 냉혹한 무아 교리가 민중의 세속적 욕망을 줄이는 대중적 실천지침으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점차 생명력을 상실하고 불교의 존재의미를 상실하게 되어가는 과정 등이 오늘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으며, 당시 힌두교의 불교박탈전략에 대응하지 못한 점은 현재 한국 천주교가 49재 등 불교적 의식의례를 수용하면서 불자의 천주교 개종이 급증하는 경향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승가중심, 즉 승원에 갇혀 민중과 단절된 점을 들었다. 이런 불교적 분위기가 인도에서도 불교적 감화를 대중적으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불교가 대중적 기반이 아닌 왕이나 상류사회의 지원이나 후원에 의해 지속되었다는 점, 다시 말해 부처님께서 말하는 대중과 함께 하는 불교는 끝나고 대중성 상실로 이어졌다는 점이 가장 핵심적인 불교 쇠망의 이유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불교를 떠 받치던 사회의 상류층, 즉 왕이나 귀족, 지도적 계급이 무너지면서 불교 후원세력이 일순간에 와해되었고, 이것이 곧 불교의 와해로 이어졌다는 역사의 교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불교의 저변확대에 성공했다면 그런 점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처님께서 대중적 언어인 팔리어를 사용하고, 또한 불교를 전할 때 각 지역의 언어를 활용하라는 부처님의 언어정책을 배척하고 산스크리트화로 대중과 유리된 점도 다 불교의 대중적 기반 확보 실패라는 비슷한 맥락이라고 조 박사는 덧붙였다.

조준호 박사는 대중과 유리된 출가중심의 승원불교는 쇠망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점, 대중적 기반이 없는 인도불교는 위기에 처하자 승가불교를 구하자는 대중들이 없었다는 점을 한국불교계는 눈여겨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박사는 “현재 한국불교의 대중적 기반이나 역량이 이웃종교에 미치지 못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주변으로 밀려나다보니까 고작 들고 나온 것이 차별금지법 등 법을 만들어서 법에 의한 보호를 받으려고 하는 딱한 실정에까지 오게 되었다”고 개탄하고 “재가자들이 역할이 중요하며, 불교적 정신이 제대로 정립된 재가자들의 정치적 사회적 성장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결국 인도불교 쇠망의 교훈은 “불교가 정체성을 상실하고, 신도들의 조직화에 실패하면 쇠망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정리한 조 박사는 “이 문제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결국 모든 것은 불교 자체의 문제, 불교정체성의 문제이며 변형된 힌두적 불교가 설 땅은 없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