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여러 매력 중의 하나는 역발상이다. 특히 그 매력은 부처님의 대화법이나, 중국 선사들의 대화법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부처님의 일생 자체가 역발상의 연속이었을 수도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았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아니 나아가 일체중생에게 이고득락의 길이 있음을 몸소 보여주시고, 그 길을 가르쳐줄 수 있었다. 사성제의 출발인 고성제에서 알 수 있듯이, 부처님께서 사바세계를 고통의 세계로 규정하는 문제의식이 없었다면, 어떻게 적멸의 세계(멸성제), 그리고 적멸의 세계로 가는 8정도의 성스러운 실천의 길(도성제)를 찾아낼 수 있었겠는가.

역발상, 따라서 이것은 새로운 성취를 위한 대전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역발상은 신선하지만 거슬리기도 하고, 기발하지만 동시에 발칙하기도 하다. 그러므로 역발상은 주로 기존의 고정관념에 덜 오염된 젊은이들의 전유물일 수 있다.

마침 젊은 작가들의 불화(佛畵)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잡는 전시회가 열린다.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인사동 갤러리M에서 젊은 불화작가들이 무불상(無佛像) 시대를 현대 불교미술인들의 눈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을 들고 나선 것이다. 무불상 시대란, 부처님 입멸 후 약 300여 년간, 그러니까 간다라나 마투라에서 부처님의 형상을 표현한 불상이 나오기 전까지, 부처님을 오늘날의 불상 모습이 아닌 보리수나, 발자국 등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시기를 말한다.

이들은 현대불교미술의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보기에 따라서는 ‘발칙한’ 포부를 서슴없이 밝히고 있다. 불화(佛畵)라고 하면 무조건 ‘어렵다’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자신들이 뭔가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는 자신감이다. 이들 젊은 불화가들의 모임은 ‘부디스토리’이다. ‘Buddhist’와 ‘Story’의 합성어로, 불교의, 부처님의, 불교인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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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작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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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민 '누가 나를 보았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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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sprou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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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희 '보리수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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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사비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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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불- 그 무상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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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종현 'matic'


이번 전시는 인사동 갤러리M의 후원으로 무불상시대를 젊은 불화작가들의 눈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가득찬 비움’이라는 주제로 5월 8일(수)~5월 14일(화)까지 열린다.

‘부디스토리’ 회장인 예상희 작가는 “부처님은 당신을 형상화하지 말라고 하셨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부처님을 그리고, 부처님의 말씀을 그리고 있죠. 그 모순을 전시주제로 선정하여 ‘가득 찬 비움’전을 마련하게 되었어요. 불교의 본래의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시작품 성격을 설명했다.

‘부디스토리’는 동국대학교 불교미술전공,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회화전공, 부산대학교 한국화전공, 티벳불화작가 등 10명의 불화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모임으로, 매년 주제를 선정한 후 주제에 맞는 작품을 그려내 1년에 한번 부처님오신날 즈음에 전시회를 갖고 있다.

‘부디스토리’의 전시가 다른 여타 전시와 다른 이유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새로운 작품으로 조화롭게 전시를 이뤄내서이지 않을까싶다.

20대 불화작가의 눈으로 그려내는 부처님의 말씀, 미국에서 티베트 불교를 접하기 시작하여 티베트까지 가서 불화를 배우고 온 재미교포의 작품,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 불교문화상품을 개발하는 사장님의 작품까지 형형색색 작품들이 ‘무불상시대’를 논하고 있는 ‘가득 찬 비움’전은 현대불교미술의 방향성 고민하게 하는 전시라서 더욱 더 의미가 있다.

작품의 수준이 고르게 높고, 탄탄한 전통미술 기법을 바탕으로 현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작품의 가격도 50~100만 원대로 집안에 불상을 모셔놓기가 왠지 꺼려지는 불자들에게 특히 작품 감상의 기회를 갖기를 권한다.

전시 장소인 갤러리M은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 283-38에 위치해 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M, 월간전시 가이드, (주)마인드디자인이 협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