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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를 아는 것은 화엄을 아는 것이요<br>화엄을 아는 이가 탄허를 아는 것이다
이학종 urubella@naver.com 2013-04-29 (월) 00:26
“탄허 스님과 인연은 1967년 역경연수원 시절부터다. 당시 용주사에 역경연수생으로 살면서 사제의 연을 맺었다. 탄허 스님께서는 유불선에 달통하신 어른이다. 공부하고 가르치는데 게으르지 않은 공자적 삶을 당신 스스로 지켰고, 후학들에게도 늘 강조하셨다.”
탄허 스님의 제자로, 현존 한국불교 최고의 강백으로 평가받는 무비 스님이 스승 탄허 스님을 회고했다. 무비 스님은 탄허 대종사 탄신 100주년을 맞아 열린 ‘탄허대종사의 인재양성과 교육이념의 시대정신’을 주제로 지난 4월 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 참석, 기조강연을 통해 탄허 스님을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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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한 스님들. 왼쪽부터 무비스님, 혜거스님, 현해스님(월정사 회주), 지원스님(조계종 포교원장), 정념스님(월정사 주지)의 모습이 보인다.
운허, 관응 스님과 함께 탄허 스님은 당시 3분의 대강백으로 존경을 받았다고 소개한 무비 스님은 탄허 스님께서는 당시 운허 스님이 능엄경 강설을 하는 시간에 후학들과 함께 꼬박 강의를 맨 앞줄에서 들었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항상 강의 10분 전에 제일 먼저 강당에 도착해 맨 앞줄에 앉아 수강을 하신 스님께 ‘왜 강백께서 그렇게 열심히 맨 앞줄에서 공부를 하시느냐’는 후학들의 질문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은 어린 아이에게도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그것이 무슨 망발이냐며 야단을 치신 어른”이라고 소개했다.
불치하문(不恥下問) 정신을 몸소 실천하신 탄허 스님의 공부하는 자세는 당시 후학들에게 가장 큰 감동이요, 귀감이 되었다고 강조한 무비 스님은 1967년부터 입적에 이르기까지 스승 탄허 스님의 영산회상은 어느 지점일까를 생각해보니, 아마도 화엄경 47권을 원고지 2만장이 넘는 방대한 양으로 번역하고, 부산 삼락사에서 교열을 할 때의 열정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술회했다.
“당시 각성, 통광, 신흥사 성일 스님과 함께 교열에 참여했고 명호근, 전창렬 선생 등이 삼락사를 드나들었고, 시봉 우담과 시자 윤창화 사장 등이 스님을 모시고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린 무비 스님은 “탄허 스님께서는 그때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화엄경을 탈고하고 교열을 보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있었고, 외려 젊은 나는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스님께서 나에게 ‘부실공사’라고 놀리곤 하셨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스님의 일생을 가만히 회고해 보니 스님께서는 화엄경을 탈고하고 그것을 교열하는 과정에서도 하루에 한 시간은 반드시 강의를 하셨는데, 그것은 진정한 강사의 자세는 공부를 하는 것이라는 철저한 원칙의 실천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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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미나에는 많은 사부대중이 동참, 탄허대종사에 대한 그리움과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탄허 스님께서는 산더미 처럼 쌓여 있는 원고를 교정만 여덟 번을 보신 분이며 그런 와중에서도 삼보법회 법문, 고대교수들을 가르치는 모임 등 인재양성과 전법의 고삐를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은 분이라고 강조한 무비 스님은 “저는 늘 심부름을 하는 마음으로 스님의 그런 모습과 함께 했다”고 인연을 감사해했다.
“화엄경 출판 후 출판기념 화엄경산림법회를 월정사에서 열었는데, 당시 공부를 했던 50여 명의 학인들에게 스님께서는 당신의 일생공력이 ‘관재차서’, 즉 이 책에 다 담겨있다고 하셨다고 말씀하시며 혼신을 다해 강의를 해주셨다”고 소개한 무비 스님은 “당시 우리 학인들이 회향을 하는 날에, 고마움의 글을 적어서 스님께 올렸다”며 그 장문의 글을 간절한 그리움을 담아 낭독, 학술회장을 숙연케 만들기도 했다.
무비 스님은 끝으로 ‘화엄이 곧 탄허이고 탄허는 곧 화엄’이라며 “화엄을 모르면 탄허스님을 모릅니다. 탄허 스님을 안다면 화엄을 아는 것입니다”라고 기조강연을 마무리했다.
한국불교학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2013년 춘계학술대회로 열린 이날 탄허 탄신 100주년 기념 ‘탄허대종사의 인재양성과 교육이념의 시대정신’ 주제 학술대회에서는 △제1주제=탄허스님의 미래인식과 현대사회의 다양성 △제2주제=탄허스님의 인재양성과 교화활동 △제3주제=탄허스님의 교육이념과 그 정신 △제4주제=탄허의 구도 민족의식 성장과 출가의 궤적 △제5주제=탄허의 경전번역과 강원교육에 끼친 영향 △제6주제=탄허의 주역선해와 노장 번역 등으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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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미나에서는 탄허스님의 교육이념과 시대정신을 조명하는 6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제1주제 ‘탄허스님의 미래인식과 현대사회의 다양성’은 자현스님(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 월정사 교무)이 발표했고 윤원철 교수(서울대 종교학과)가 논평했다.
제2주제 ‘탄허스님의 인재양성과 교화활동’은 윤선태 교수(동국대 역사교육과)가 발제하고, 하춘생 박사(동국대 불교학과 강사)가 논평에 나섰고, 제3주제 ‘탄허스님의 교육이념과 그 정신’은 김광식 박사(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가 주제발표를, 한성자 박사(동국대 BK21 연구교수)가 논찬했다. 제4주제 ‘탄허의 구도 민족의식 성장과 출가의 궤적’은 이원석 교수(동국대 문화학술원)가 발표하고, 최종석 교수(금강대 응용불교학과)가 논찬을, 제5주제 ‘탄허의 경전번역과 강원교육에 끼친 영향’은 윤창화 민족사 대표가 발제를, 김호귀 박사(동국대 HK 연구교수)가 논찬했다. 제6주제 ‘탄허의 주역선해와 노장 번역’은 고영섭 교수(동국대 불교학부)가 주제발표를, 최유진 교수(경남대 철학과)가 논찬을 맡았다.
탄허 스님의 불교 인재양성을 위한 경전번역과 강원 교육을 비롯한 제반 교육업적을 재조명해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나아갈 비전을 찾는 자리가 된 이번 학술대회에 앞서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이 환영사를, 김희옥 동국대 총장과 탄허문화재단 이사장 혜거스님이 축사를, 월정사 회주 현해스님이 치사를 했다.
이날 학술대회장은 시작부터 끝까지 장내를 사부대중이 가득 메워 탄허대종사에 대한 사부대중의 존경과 관심을 대변했다.
행사를 주관한 한국불교학회 김용표 회장(동국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탄허스님의 교육이념과 강원교육을 비롯한 제반 교육업적을 재조명하여 현대사회에서 불교교육이 나아가야할 구체적인 비전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며 “후학들은 스님께서 제시하여 주신 원융과 통섭의 시대정신을 학술적으로 재정리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통하여 인류정신문명의 새 방향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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