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될 것으로 보였던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문제가 다시 충돌국면으로 선회했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7일 오전 11시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봉은사 직영 전환 문제에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이 개입해있다”고 주장하고 “모레(9일),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가 내 승적을 찾아 불 태우겠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지난달 24일 “내 입장만 고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화쟁위원회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으나 7일 다시 조계종 총무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 그동안의 중재노력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특히 명진 스님은 이날 “영포회 불교지부장 쯤 되는 자승 원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명진 스님은 이날 “봉은사 주지로 취임한 후 오늘이 마지막 법회가 될지도 모르겠다”며 “기독교 장로 대통령의 하수인이 된 자승 원장의 (봉은사 직영 전환) 판단이 문제를 어렵게 끌고 갔다. 봉은사 직영 문제는 단순히 종단과 봉은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여기에 깊이 얽혀 있는 정치권력의 문제”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만일 저의 요구(직영철회, 진화스님 주지 임명 등)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후 일어날 여러 상황은 조계종 총무원 등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이와 관련 자승 총무원장과 자신의 퇴진을 결의했던 원로회를 직접 겨냥해 눈길을 끌었다.

임기가 오는 13일까지인 명진 스님은 “제가 왜 봉은사 주지에 연연하겠나, 주지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라 참다운 불교의 꽃을 피우기 위해 저에 대한 집착을 밀어 넣고 한발 한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송은 봉은사 신도회장도 “봉은사 신도회는 명진 스님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면서 “종단에 많은 스님이 있지만 임기 마지막까지 정의와 자비의 죽비를 사정없이 내리는 스님은 명진 스님뿐이다. 꼭 재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지인 명진 스님이 떠난다면 껍데기만 남은 조계종 직영사찰에 단 하루도 신도로 남을 생각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봉은사 신도들의 바람이 반영되지 않거나 왜곡된다면 한국 불교사에 없었던 신도들의 조직적이고 자생적 투쟁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